계약서는 전쟁이다 _이미 서명한 독소조항, 무효로 다투는 3가지 방법

안녕하세요, 행정사 Jean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서, 임대차 특약, 용역계약서에 숨어 있는 대표적인 독소조항 5가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도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플랫폼 약관처럼 다수에게 반복 사용되는 약관은 약관규제법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서명한 계약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미 서명한 계약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를 구속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서명한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있다면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민법상 다툴 수 있는 대표적인 경로가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분명합니다.
무효나 감액을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의 결론도 1편과 같습니다.
서명한 뒤 싸우는 것보다, 서명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래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서명한 계약서라도 어떤 무기가 있는지 알아야, 협상도 하고 대응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약
| 방법 | 근거 | 핵심 주장 | 가장 큰 어려움 | |---|---|---|---| | 반사회질서 무효 | 민법 제103조 | 계약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 사회질서 위반 수준의 과도함 입증 | | 불공정한 법률행위 | 민법 제104조 |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당했다 | 현저한 불균형과 상대방의 이용 의사 입증 | | 위약금 감액 | 민법 제398조 제2항 |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도하다 |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구분 필요 |
방법 1. 반사회질서 무효 — 계약 자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무리 양쪽이 서명한 계약이라도 사회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약 자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제한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헤어진 뒤 평생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당사자가 서명했다고 해서 그 계약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사회질서에 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독소조항에서도 같은 논리가 문제 됩니다.
특히 약관규제법이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개별 계약서에서는 민법 제103조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 경제적 우월 지위를 이용해 모든 위험을 전가한 약정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87383 판결은 민법 제103조가 사업자 간 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제력에서 우위에 있는 사업자가 상대방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별도 약정을 체결한 것이 문제 되었습니다.
원래 계약에는 책임 범위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도 약정을 통해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 사유와 관계없이 사실상 모든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별도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력의 차이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당사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상대방에게 과도한 부담을 강요했다면 사회적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약서에서는 이렇게 문제 됩니다
다음과 같은 조항은 민법 제103조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한쪽에게만 부담시키는 조항
- 상대방 귀책사유가 있어도 내가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조항
- 계약상 책임 범위를 넘어 사실상 무제한 책임을 지우는 조항
- 계약상 지위가 약한 쪽에게만 과도한 제재를 부과하는 조항
- 직업 선택, 영업 활동, 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
다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질서 위반으로 볼 정도의 과도함, 경제적 지위 남용, 부당한 이익과 부담의 강제 구조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방법 2. 불공정한 법률행위 —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당했다면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약자의 상황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301712 판결도 민법 제104조의 성립요건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요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객관적 요건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부담하는 것과 상대방이 주는 것이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맞지 않아야 합니다.
단순히 조금 손해 보는 계약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2. 주관적 요건
그 불균형이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해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궁박, 경솔, 무경험 세 가지를 모두 입증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중 하나가 인정될 수 있으면 됩니다.
또한 궁박은 경제적 곤궁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신적·심리적 압박, 절박한 상황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무경험은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는 의미를 넘어, 거래 일반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서는 이렇게 문제 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민법 제104조 검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계약서 특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명한 경우
- 당장 일이 절실한 프리랜서가 현저히 불리한 계약을 수락한 경우
- 경험이 없는 창업자가 대기업 또는 플랫폼과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 임차인이 급히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특약을 받아들인 경우
- 계약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위약금·저작권·책임 조항을 포괄적으로 수락한 경우
하지만 입증은 어렵습니다
민법 제104조는 실무상 입증이 어렵습니다.
무효를 주장하려면 보통 다음 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 내가 궁박·경솔·무경험 상태였다는 점
-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
- 상대방이 그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
-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었다는 점
단순히 계약 내용이 불리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불리한 계약”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인 계약”은 다릅니다.
그래서 서명 전 검토가 훨씬 중요합니다.
방법 3. 위약금 감액 — 과도한 손해배상 예정액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서 가장 무서운 조항 중 하나가 위약금 조항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입니다.
계약을 위반한 경우 을은 잔여 계약금 전액과 별도로 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한다.
또는 이런 문장입니다.
계약 종료 후 1년 동안 유사 업무를 할 수 없으며, 위반 시 발생한 수익 전액을 갑에게 지급한다.
위약금 조항은 실제 분쟁에서 강하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경우에는 다툴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 위약금이 적혀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 금액 전부가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위약금의 성격을 구분해야 합니다
위약금에는 크게 두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1. 손해배상액의 예정
계약 위반 시 손해액을 미리 정해둔 것입니다.
이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2. 위약벌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제재금입니다.
대법원은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성격이 다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고 본 바 있습니다.
다만 위약벌도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위약벌이 지나치게 과도해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현저히 불균형하다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서는 이렇게 봐야 합니다
위약금 조항을 볼 때는 먼저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 위약벌인지
- 두 성격이 함께 섞여 있는지
- 위약금 산정 기준이 실제 손해와 비례하는지
- 계약 위반의 정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는지
- 갑과 을에게 대칭적으로 적용되는지
- 계약 종료 후 금지되는 활동 범위가 과도한지
같은 “위약금”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어도 법적 성격은 다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적혀 있지 않아도, 조항의 구조와 문맥에 따라 법원이 달리 판단할 수 있습니다.
3가지 방법의 공통 한계
지금까지 본 세 가지 방법은 모두 이미 서명한 뒤에 사용할 수 있는 대응 수단입니다.
하지만 공통 한계가 있습니다.
입증해야 합니다.
시간이 듭니다.
비용이 듭니다.
상대방이 쉽게 물러나지 않으면 결국 법원 판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무효나 감액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명 전과 서명 후의 차이
| 구분 | 서명 전 검토 | 서명 후 분쟁 | |---|---|---| | 핵심 작업 | 조항 수정·삭제 | 무효·감액 주장 | | 비용 | 비교적 낮음 | 소송·대리비용 등 증가 가능 | | 시간 | 수일 내 검토 가능 | 수개월 이상 소요 가능 | | 입증 부담 | 위험 조항을 사전에 조정 |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 | | 결과 예측 | 계약 구조를 조정 가능 |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짐 | | 심리적 부담 | 낮음 | 높음 |
같은 계약서라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서명 전에는 문장 하나를 바꾸면 됩니다.
서명 후에는 그 문장 하나를 두고 싸워야 합니다.
이미 서명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고, 문제가 되는 조항이 보인다면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계약서 원본을 확보합니다
서명본, PDF, 이메일 첨부본, 카카오톡으로 받은 파일을 모두 보관합니다.
2. 문제 조항을 표시합니다
위약금, 해지, 손해배상, 저작권, 경업금지, 수선책임, 환불불가 조항을 우선 확인합니다.
3. 실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계약 당시 상황, 협상 과정, 상대방 설명, 내 지위, 급한 사정, 불리한 조건을 수락한 이유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4. 증거를 모읍니다
이메일, 문자, 카카오톡, 녹취 가능 여부, 견적서, 수정 요청 내역, 대금 지급 내역, 상대방의 설명 자료를 모읍니다.
5. 협상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소송 전 단계에서 내용증명, 조항 재협상, 합의서 작성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6. 법률분쟁 단계인지 구분합니다
이미 소송,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 위험이 있다면 변호사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행정사는 계약서와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행정·권리의무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대리와 법률분쟁 대리는 변호사 영역입니다.
행정사가 도울 수 있는 부분
에토스 행정사사무소는 분쟁이 커지기 전 단계에서 다음 업무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 계약서 독소조항 검토
- 위약금 조항 구조 분석
-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 구분 검토
- 계약서 수정안 작성
- 프리랜서·용역계약서 작성
- 임대차 특약 검토
- 합의서·확약서·사실확인서 작성
- 계약 체결 경위 정리서 작성
- 행정기관 제출용 사실관계 서류 작성
- 상담 전 쟁점 정리표 작성
계약서 검토는 소송을 대신하는 일이 아닙니다.
분쟁이 소송으로 가기 전에, 위험한 조항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서명한 계약서도 무효로 만들 수 있나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03조, 제104조, 제398조 제2항 등을 통해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무효나 감액을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가능성은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Q. 불리한 계약이면 민법 제104조로 무효가 되나요?
아닙니다.
단순히 불리한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그리고 궁박·경솔·무경험을 상대방이 이용했다는 점이 함께 문제 됩니다.
Q. 위약금은 무조건 감액되나요?
아닙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약벌로 판단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 감액 대상이 아닐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쓰여 있으면 끝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문구만이 아니라 조항의 구조, 계약 전체의 내용, 당사자의 의사, 기능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서명 전에 검토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서명 전에는 위험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약금을 실제 손해에 맞게 조정하고, 수정 횟수를 제한하고, 저작권 양도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서명 후에는 같은 내용을 두고 무효나 감액을 주장해야 하므로 훨씬 어렵습니다.
마무리
이미 서명한 계약서에도 대응 방법은 있습니다.
반사회질서 무효, 불공정한 법률행위, 위약금 감액.
이 세 가지는 실제로 쓸 수 있는 민법상 무기입니다.
하지만 강한 무기일수록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입증해야 하고, 시간이 들고,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분쟁이 생긴 뒤가 아닙니다.
서명하기 전입니다.
서명 전에는 한 문장을 고치면 됩니다.
서명 후에는 그 한 문장을 두고 싸워야 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최소한 위험한 조항이 어디 있는지는 확인하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에토스 행정사사무소가 계약서 구조와 독소조항을 함께 검토해드리겠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행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안은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행정 처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담당 행정사 또는 전문가와 개별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