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로 행정심판 청구서를 써도 될까요? AI 청구서가 놓치는 것들

안녕하세요, 행정사 Jean입니다.
“요즘 AI가 많이 좋아졌잖아요. 그냥 ChatGPT로 청구서 쓰면 안 되나요?”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AI는 행정심판 절차를 꽤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법령 조항도 찾아주고, 청구서 형식도 만들어줍니다.
특히 법률 분야에서도 생성형 AI의 답변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2025년 8월,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5단독 신정민 판사는 청구이의 사건 2024가단171021 판결문에서 AI가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판례 인용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원고가 제시한 대법원 2001다43797, 2007다20234 판결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사건번호입니다.
그럴듯한 사건번호를 실제 판례인 것처럼 제출했고, 법원은 그 문제를 판결문에 직접 언급했습니다.
AI가 정확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럴듯한 답”과 “검증된 사실”을 스스로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정심판 청구서에서는 이 차이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AI가 맞는 말을 해도 행정심판에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에서 중요한 것은 문장의 완성도만이 아닙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 어떤 처분 근거를 문제 삼을 것인지
- 어떤 조항의 적용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것인지
- 사실관계를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지
- 어떤 증거를 어느 주장에 붙일 것인지
에 따라 서면의 설득력은 달라집니다.
AI는 대체로 표준적인 답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실제 행정심판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로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 처분을 다툰다고 해도 단순히
처분이 과도하므로 취소해 주세요.
라고 적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분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요건사실 가운데 어느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재량권 일탈·남용이 문제되는지,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등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AI 출력물에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습니다.
AI가 잘못된 판례를 제시하거나 법령을 잘못 해석해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AI가 법적·직업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AI를 행정심판 업무에 활용할 때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는가”보다 그 내용을 누가 검증하고 책임지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AI가 작성한 행정심판 청구서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AI가 청구서 초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출용 서면으로 넘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처분 근거 조항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
행정심판에서는 어떤 처분이 어떤 법령에 근거해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식품위생법 위반 처분입니다.
라고 쓰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항이 적용됐고, 그 조항의 요건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법률명만 적는 것과 정확한 처분 근거를 특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청구취지와 청구이유가 섞이는 경우
행정심판 청구서에서 청구취지와 청구이유는 역할이 다릅니다.
청구취지는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적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피청구인이 2026년 4월 20일 청구인에게 한 영업정지 ○일 처분을 취소한다.
와 같은 형태입니다.
반면 청구이유는 왜 그 처분을 취소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사실관계, 법령, 절차적 하자, 재량권 문제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 둘이 뒤섞이면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다투고 있는지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AI가 형식적으로는 그럴듯한 문서를 만들어도 실제 행정심판 서면 구조에서는 이런 구분이 중요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사건번호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AI 법률 활용에서 가장 잘 알려진 위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판례명이나 사건번호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색해보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서울북부지방법원 사례 역시 이런 문제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판례는 반드시 원문 데이터베이스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직접 검증해야 합니다.
- 사건번호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 해당 판결 내용이 AI가 설명한 취지와 일치하는가?
- 내 사건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판례인가?
사건번호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내 주장에 도움이 되는 판례라는 사실도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판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가 중요합니다
AI를 법률·행정 분야에서 사용하다 보면 가장 자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출처입니다.
법령정보센터, 법원 판례 데이터베이스, 행정심판 재결례 등 공식 자료와 직접 대조하면서 AI가 제시한 내용이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AI에게 판례나 재결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검색 속도를 높이고 쟁점을 찾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서면에서는 다릅니다.
AI를 검색 보조도구로 쓰는 것과 AI 출력물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제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전자는 업무 효율화입니다.
후자는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공식 서면에 들어갈 위험을 떠안는 것입니다.
행정심판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AI가 잘못된 청구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발견하면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행정심판에는 기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행정심판법」 제27조에 따라 행정심판은 원칙적으로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또한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이라는 기간 제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즉 청구서를 여러 번 수정하고, 판례를 다시 찾고, 대응 방향을 고민하는 동안 청구기간 자체가 지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심판에서는 서면의 완성도뿐 아니라 기한 관리도 사건 대응의 일부입니다.
행정심판 청구기간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예를 들어 4월 20일에 영업정지 처분이 송달돼 그날 처분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간 계산에서는 초일을 산입하지 않으므로 다음 날부터 기간을 계산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90일쯤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분서를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실제 청구 가능 기간을 확인하고, 휴일이나 송달 문제 등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처분서를 받은 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라면 서면의 문구를 다듬는 것보다 청구기간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AI를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AI는 행정심판에서도 충분히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작업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 관련 법령의 구조 파악
- 처분 관련 쟁점 후보 정리
- 사실관계 시간순 배열
- 서면 초안 작성
- 긴 판례나 재결례의 요약
- 제출자료 목록 정리
- 주장 구조 검토
저 역시 법제처 API나 AI 도구 등을 활용해 법령·판례·재결례를 찾고 정리하는 작업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최종 답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 자료와 대조해 사실을 검증하고, 사건에 적용 가능한 논리를 선별하고, 제출 서류와 연결하는 과정은 별도로 필요합니다.
행정심판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행정심판 청구서는 글쓰기 대회가 아닙니다.
문장이 유려하다고 인용되는 것도 아니고, 법률용어를 많이 썼다고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어떤 처분을 다투는가.
그 처분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그 법령이 내 사건에 왜 잘못 적용됐는가.
그 주장을 어떤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네 가지가 연결돼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건 기록 자체를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실제 처분서, 조사자료, 계약서, 사진, CCTV, 진술서 등 현실의 증거를 어떤 주장과 연결할 것인지가 결국 행정심판의 핵심입니다.
AI로 먼저 청구서를 작성했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이미 ChatGPT나 다른 AI를 이용해 행정심판 청구서 초안을 만들었다면 최소한 다음 항목은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처분청 명칭이 정확한가?
- 처분일과 처분 내용이 정확한가?
- 처분 근거 법령과 조항이 실제 존재하는가?
- 인용한 판례와 재결례가 실제 존재하는가?
- 판례의 취지가 원문과 일치하는가?
- 청구취지와 청구이유가 구분돼 있는가?
- 주장과 증거자료가 서로 연결돼 있는가?
- 행정심판 청구기간이 남아 있는가?
- 필요한 경우 집행정지도 함께 검토했는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불확실하다면 제출 전에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ChatGPT로 행정심판 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작성 자체는 가능합니다.
AI는 이미 법령을 찾고,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서면 초안을 만드는 데 상당한 수준의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청구서를 써줄 수 있다.
와
AI가 만든 청구서를 그대로 제출해도 된다.
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들어갈 수도 있고, 정확한 처분 근거를 놓칠 수도 있으며, 사건에서 정말 다퉈야 할 핵심 쟁점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행정심판에는 90일이라는 청구기간이 있습니다.
AI 출력물을 계속 수정하는 동안 기한이 지나버리면 서면의 완성도 자체가 의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심판에서 AI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필요한 것은 AI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과 법령, 그리고 자신의 사건에 맞게 구성된 주장과 증거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행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안은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행정 처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담당 행정사 또는 전문가와 개별 상담하시기 바랍니다.